배너광고 삭제 프로그램(애드 블로킹)이 인터넷 광고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조짐이다. 이에 따라 광고주는 물론 인터넷업체·미디어렙·광고 솔루션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올초부터 다운로드 사이트인 와레즈나 커뮤니티·포털 게시판 사이트를 통해 유포되기 시작한 애드 블로킹은 아직 일반화되지 않았지만 올해 전세계적으로 3000만카피를 예상할 정도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대부분의 닷컴기업이 인터넷 광고를 주요 수익모델로 삼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대응이 없을 경우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 ‘애드 블로킹’이란��=애드 블로킹은 말 그대로 웹사이트에 뜨는 온라인 광고를 자동으로 삭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배너광고 등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광고를 자동으로 없앨 수 있다. 애드 블로킹은 프로그램 소스코드나 패턴을 검색해 특정 용어, 예를 들어 광고를 뜻하는 ‘ad’나 ‘banner’가 검색되면 이를 자동으로 삭제할 수 있다.
올초 미국에서 선보인 이 프로그램은 배너광고가 인터넷 트래픽을 저하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배너광고에 거부감을 갖는 네티즌이 크게 늘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이의 적법성을 둘러싸고 법적 공방이 진행될 정도로 인터넷업계의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유료와 무료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시장을 확대하고 있으며 프로그램도 10여종이나 된다. 유료 버전으로는 ‘웹 워셔’ ‘인터뮤트’ ‘인터넷 와처’ ‘애드서브트랙트’ 등이 대표적이다. 무료 버전으로는 ‘애드킬러’ 등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넷츠데이가 ‘애드위즈’라는 제품을 개발해 보급하고 있다.
◇ 보급과 피해 현황��=올초부터 선보인 애드 블로킹은 최근 빅배너 등 광고 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급속하게 확산되고 있다. 미국 광고협회는 올해 유료 프로그램만 전체 인터넷 인구의 약 7.5%에 달하는 3000만카피 정도가 보급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웹 워셔’는 이미 세계적으로 400만카피가 사용되고 있으며 인터뮤트는 올해 말 2000만대의 PC와 모뎀에이 프로그램을 설치할 계획이다. 올해 중반께 선보인 국내에서는 아직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미 100만∼150만명 정도가 무료 버전을 사용 중이다.
특히 최근 대학이나 동아리 게시판에 이를 무료로 올려놓고 권장하고 있어 급속하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확산될 경우 온라인 광고의 클릭률이 크게 감소해 온라인 광고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올해 광고주협회는 온라인 광고 시장 규모를 2200억원 정도로 추산했는데 애드 블로킹 프로그램 보급률 8%를 고려할 때 124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 대책은 없나��=이 프로그램은 온라인 광고를 임의로 삭제하거나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최근 법적 소송 결과 프라이버시를 들어 이 프로그램의 사용은 네티즌 개인의 판단에 따르며 합헌이라고 결정해 프로그램 보급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배너광고를 보호하거나 삭제하는 프로그램까지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벤처기업 테프텐이 콘텐츠나 광고의 소스코드를 스크램블하는 방식으로 이 프로그램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애드키퍼’를 개발해 주목받았다.
애드 블로킹 프로그램이 무분별한 배너광고를 없애 건전한 인터넷 문화를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지, 아니면 수익모델로 고심하는 닷컴기업의 어깨를 더욱 짓누르는 악재가 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