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서점들이 출판계의 압력에 밀려 도서 할인 판매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국내 인터넷 서점 1위인 예스24와 와우북이 출판계의 도서 정가제 요구를 수용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서점들이 전자상거래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격 할인을 포기한 것은 출판계가 가격 할인을 하는 인터넷 서점에 책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었습니다. 이들은 책을 직접 공급하지 않는 것은 물론, 도매상에 상주하며 인터넷 서점에 책이 출고되지 못하도록 현장 단속까지 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지난달 중순부터 책 공급을 받지 못한 서점들이 1주일만에 백기를 든 것입니다. 다른 인터넷 서점들도 아직까지는 홈페이지 첫 화면에 '배송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이해해주십시오'라는 공고를 띄어놓았을 뿐이지만, 조만간 모두 정가제를 택할 듯 합니다.
그러나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예스24와 함께 국내 인터넷 서점 시장을 이끌어온 알라딘이 강하게 버티고 있습니다. 알라딘의 조유식 사장은 법정소송 등 일전불사도 각오하고 있는 듯합니다.
◆ 알라딘의 저항,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출판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인터넷 서점의 대약진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일반적입니다. 최근 몇달 사이 예스24와 알라딘 등 인터넷 서점들의 월매출액이 10억원~20억원대에 이르면서 교보문고의 매출이 절반수준으로 떨어졌다고 합니다.
인터넷 서점들이 충실한 책정보를 바탕으로 할인가격과 배달 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전자상거래에 익숙한 젊은 독자층을 대거 흡수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닷컴이 오프라인 서점의 대명사 반즈앤노블사를 위협한 것과 비슷한 양상입니다.
알라딘의 조유식 사장은 이런 사태까지 이른 데에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서점들을 배후로 의심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들이 파격적인 할인 판매로 시장을 잠식하자 위기감을 느낀 대형 서점들이 자기들도 정가제를 포기하고 할인 경쟁에 뛰어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에 출판사들이 이에 동조한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실제 출판사들과 법적 소송까지 결심하고 있는 그는 몇몇 문건들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중에는 지난 10월 23일자로 교보·영풍문고 등 대형서점들이 출판인회의에 보낸 공문도 있습니다. 그 속에는 "출판사들이 할인판매를 하는 인터넷 서점에 책을 계속 줄 경우, 매장에서 해당 출판사 책들을 빼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습니다.
◆ 할인은 천박하다(?)
물론 출판사들의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이번 사건을 주도한 한국출판인회의의 이승용 유통발전위원장은 "인터넷 서점들이 감히 교보 같은 재벌기업과 자신들을 비교해 위상을 높이려 한다. 출판사들이 서점 입김에 흔들리는데 인줄 아느냐"고 대답했습니다.
출판인회의는 "전체 출판 시장에서 4% 밖에 안 되는 인터넷 서점이 96%의 오프라인 서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5% 미만에 불과한 온라인 시장의 현재적 혹은 미래적 가치를 위해 나머지 95%의 오프라인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주장입니다.
그렇다면 출판인회의는 그토록 미약한 5%의 인터넷 서점에 왜 이리 흥분할까요? 도서 가격을 자율화하면 서점이 붕괴하고, 출판문화도 궤멸해 출판 수준이 급속히 떨어질 수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이 위원장은 모 신문에 기고한 글에서 "천박한 한탕주의에 바탕한 그들(인터넷 서점)의 거짓구호에 더 이상 국민이 속지 않도록 규제하고 차제에 출판산업의 항구적 발전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제시해야 한다"는 표현까지 썼습니다.
출판인회의가 제시하는 조건은 도서 정가 판매를 원칙으로 하되, 인터넷서점의 입장을 고려해 10%씩 마일리지를 부여하는 제도는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10% 마일리지 받으려고 배송료까지 물어가며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